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6년 만에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중국이 고수해오던 ‘전랑외교’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전랑외교란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과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한 공세적 외교방식을 일컫는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외교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더 이상 전랑외교가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한령으로 한류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거라 생각했지만, 탈중국화로 한류는 오히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중국에서조차 네티즌들이 불법 앱을 통해 한류를 접하고 있었으며, 최근 K-드라마의 중국내 불법 스트리밍수가 7억 회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8년부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면서 중국은 서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중국몽을 실현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지원을 받은 국가들이 중국과 종속관계를 넘어 식민지가 될 우려가 커지자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자본으로, 중국 노동자들에 의해 건설된 인프라는 고스란히 채무폭탄이 되어 이들 국가에 싸여갔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도 있는 나라 톱 3를 꼽는다면 몰디브, 스리랑카, 라오스 순이다. 여기에 한 나라를 더 보태자면 파키스탄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인도 주변국으로 중국이 인도를 압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열악한 이들 국가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중국은 막강한 국력을 앞세워 제국주의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전쟁 위험성이 높아가는 요즘, 지리적, 군사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중국이 미국의 벽을 넘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비등해지면서 중국은 전랑외교 대신 주변국에 유화책을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호르무츠 해협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만으로도 중국에게는 치명적이다. 원유를 중동에 절대 의존하는 중국으로서는 호르무츠 해협의 악명 높은 해적들을 혼자 막아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해협은 친미 성향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둘러싸여있다. 만약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싱가포르 해협만 통제해도 중국은 인도양 진출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중국이 군사강국이라 해도 원유 없이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중국이 혼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이다. 반도체는 다국적 협력을 통해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들떠있는 기분이다. 또 다시 엄청난 유커들이 한류를 좇아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밋빛 기대감에 젖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조로 다시 돌아설 수 없다. 중국의 경제상황이 코로나 이전만 못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장기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점차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만이 국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더 이상 양다리 외교가 먹히지 않는 시대다.
글 /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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