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9월 1일 오픈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보다 키아프의 방문객 수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9일 폐막한 프리즈 서울의 입장객은 총 7만 명인데 반해 10일 폐막한 키아프의 입장객수가 8만 명을 기록하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키아프는 작년대비 15% 증가한 숫자다. 이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자리잡아간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프리즈 서울의 국제적 위상에 밀려 국내 토종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찬밥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더욱이 미술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이러한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불황일수록 지명도가 낮은 작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안정적 투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키아프가 프리즈 서울의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해외 유명작가 중심의 프리즈 서울에 비해 국내 작가 중심의 키아프의 작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기 때문에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이 키이프에 쏠렸다는 분석이다. 5년 동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공동개최 계약을 체결하고 이번으로 두 번째 아트페어를 맞이했다. 지향점이 다른 두 아트페어를 공동개최한 목적은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함이다. 결과적으로 키아프가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반면 프리즈 서울은 국내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LG 올레드와의 협업을 통해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해 화제를 모았고,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한 데 모아 프리즈 필름을 제작하는가 하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공동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핫 이슈를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대중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하지만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공동개최에 대한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태생이 다른 두 아트페어를 함께 개최하다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프리즈 서울은 명품관인데 반해 키아프는 아울렛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작품 수준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설비 면에서 조명의 차이가 극명했던 건 사실이다. 전시작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데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같은 오브제라도 명품관에 전시된 것이 아울렛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결국 ‘장비발’인 셈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전언에 따르면 두 아트페어의 부스 설치비용만 3배 차이가 났다고 한다.
입장객수로만 따지자면 키아프가 성공한 듯 보이지만 내실 면에서 프리즈 서울이 선방했다는 자평이다. 프리즈 측은 작년에 비해 고가의 작품이 덜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컬렉터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작품을 구성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판매목적을 달성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는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서 서로 윈윈했다고 볼 수 있지만 국내 토종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계속해서 선전할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프리즈에 이어 세계적 아트페어가 한국진출을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아트페어는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 /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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