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국가 경쟁력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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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선진국을 규정하는 지표로서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우선순위는 GDP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 첨단기술, 소프트 파워, 외교적 영향력 등을 포함한 다각적 평가가 이루어져 그 기준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요즘은 도시 규모가 선진국을 구분 짓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메가시티로 불리는 초광역도시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려면 교통, 에너지, 환경, 교육, 의료, 위생, 상하수도 등 최첨단 기술과 국가의 모든 역량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 밀집도를 높이면서도 쾌적한 녹색 생활환경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유지비가 필요하다. 이는 부유한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팬데믹 시기까지만 해도 비대면 재택과 온라인 시스템의 발달로 친환경적 전원생활를 꿈꾸며 탈도시화를 시도하려는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도시집중화는 더 심해졌다. 이를 방증하듯 선진국들이 메가시티에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GDP의 15분의 1이 대도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돈과 정보 그리고 꿈의 직장이 대도시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일본을 예로 들면, GDP의 40%가 도쿄에서 발생한다. 현재 도쿄도(東京都)는 도시 규모면에서 세계 1위다. 면적은 2,193.96평방킬로미터로 행정단위가 도(都)에 해당될 만큼 서울면적의 3.5배다. 인구는 1,400만 명으로 일본인구의 30%가 도쿄에 모여 산다. 도쿄는 이미 1950대부터 뉴욕과 함께 메가시티급 규모를 갖췄다. 패전 후 일본이 단시간 내에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도쿄가 단일시장으로서 엄청난 규모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추진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은 오사카와 교토를 포함한 간사이 대연합 프로젝트다. 간사이 지역에 메가시티를 건설해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함이다.

영국은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인근 리퍼플, 셰필드, 리즈 등 6개 도시와 연합체를 형성해 도시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동개발에 들어갔고,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를 통해 21세기를 대표할 세계 최대의 메가시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외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는 것은 엄청난 잠재 수요를 가진 메가시티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곳에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에서 파생된 부가가치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가시티가 침체된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 과밀화와 지역 간의 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지방 소멸위기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일극 체제의 도시국가 단계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국토균형발전을 하겠다고 공기업이나 생산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이미 실패를 경험했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첨단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수도권에 몰린 상황에서 미온적 대처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정도의 작은 면적에서는 서울 중심의 일극 체제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울경이나 대전,세종과 같은 권역별 다극 체제를 통한 국토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로서 메가시티가 한낱 정치권의 정쟁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도시는 인류가 발명해낸 위대한 문명의 집합체다.

글 / 민희식(크리에이티브 워크 대표 / 전 에스콰이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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