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큐레이터에 의존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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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Curator)는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기획, 재정확보, 작품관리, 홍보 마케팅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AI 기반의 4차 산업이 전 영역에 걸쳐 확산되면서 큐레이터에 대한 개념도 바뀌기 시작했다. 전시, 공연, 팝업스토어, 여행, 머천다이징, 인테리어, 쇼핑과 같은 오프라인 영역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머천다이징 서비스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는 추세다.

큐레이터는 관리자 또는 매니저로 이해되기 쉽지만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한층 강조됐다. 오프라인 공간과 디지털 플랫폼를 통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콘셉트와 테마를 잡는 것이 큐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2024년 큐레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접하며 성장하다보니 스스로 정보를 취사선택할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과잉 시대에 결정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일이든 놀이든 매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사소한 쇼핑을 할 때도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 최근에 이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방법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바로 쇼핑목록을 대신 작성해 주는 앱이다. 특히 패션의 경우 이 앱은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을 코디해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손쉽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이 퍼스널 쇼퍼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니어 세대들은 점심시간, 식당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를 때 난감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사용방법이 서툴다 보니 뒷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서둘러 원치 않는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아예 주방장이 대신 메뉴를 결정해주는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이런 주문 방식의 장점은 고객이 어떤 메뉴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은 알레르기에 대한 기본 정보만 제공할 뿐 나머지는 주방장이 알아서 메뉴를 선택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전부터 기존 패키지여행의 수요는 점점 줄고 자유여행이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이것 또한 번거롭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일부러 시간을 들여 여행루트와 예약을 하지만 현지사정이 낯설어 의도치 않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참고할 정보는 블로그나 유튜브가 고작이다. 결국 인터넷에서 얻은 한정된 정보만으로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성지 순례하듯 따라가다 보니 애초 계획한 나만의 여행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타인의 흔적을 답습할 뿐이다. 여행 큐레이터는 그런 문제를 최대한 줄여준다. 기존 여행 가이드와는 달리 여행테마와 콘셉트를 통해 아주 특별한 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한다.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앞으로 선택은 더 이상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큐레이터에 의존하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글 /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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