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는 한때 뉴미디어의 반대 개념인 올드 미디어로 불렸다. 레거시 미디어는 전통 언론의 유산을 물려받은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일컫는 전문용어다. 이에 반해 뉴미디어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AI를 탑재한 챗 GPT가 출현하면서 뉴미디어 역시 올드 미디어의 범위로 편입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문화된 용어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AI가 스스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스마트폰은 분초 단위로 출처를 알 수 없는 긴급속보를 쏟아내고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수용자들은 객관적 진실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확증 편향적 주장에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이러한 폐해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AI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특히 진실과는 상관없이 말과 글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이를 검증하고 필터링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인공지능을 아예 없애자는 극단적인 제2의 러다이트(Luddite) 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레거시 미디어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즉, 신뢰할 수 있는 언론기관이나 단체에서 발행하는 콘텐츠의 가치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레거시 미디어와 페이퍼 미디어가 동일시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신문과 잡지와 같은 페이퍼 미디어는 사양 산업으로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월 단위로 발행하는 잡지는 분초시대(分秒時代)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구시대 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레거시를 표방한 페이퍼 미디어도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초반에는 B급 감성의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개인방송들이 선점한 동영상 플랫폼 속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로의 회귀는 당연한 귀결이다. 검증과정이 더디고 답답하더라도 진실과 정의를 지켜내는 과정은 사회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시장을 페이퍼 시대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던 기사를 번거롭게 종이에서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레거시 미디어의 기사를 수용자들이 더 많이 신뢰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들도 온-오프라인을 활용하여 투 트랙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이는 아카이브로서 디지털은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메신저로서 뉴스 전달력을 높여가고 있다.
<CEO&>과 같은 페이퍼 기반의 잡지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화려한 부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통찰력을 꾸준히 견지해야 한다. 동시에 최첨단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 수용하여 독자들과의 친화력를 높여야 한다. 아무리 레거시 미디어가 페이퍼로부터 출발하였다고 하나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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