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끝판왕 K-드라마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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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인들이 믿고 보는 장르가 되었다. 이같이 세계인들이 K-드라마에 열광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막장 드라마만이 지닌 복잡한 플롯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식상하지만 불륜, 출생의 비밀, 악덕 재벌가를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K-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는 단지 막장이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tvn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과 김지원 주연의 <눈물의 여왕>은 잠깐 주춤하던 한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비영어권 랭킹 3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모든 시리즈물을 통틀어 1위에 오르며 5차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배신으로 남녀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여느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 재벌가의 속살이 여지없이 드러난다는 점, 가난한 자는 절대 선, 부자는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적 편견 등은 식상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감정 선을 건드리는 것은 판타지를 넘어 우리의 현실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 드라마는 결혼한 지 4년 된, 그래서 사랑의 흔적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권태기 부부의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은 사랑으로부터 출발해서 권태기, 배신, 불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체념적 인내 또는 극단적 이혼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기존의 드라마 공식과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멜로 드라마는 행복한 결혼식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춘향이와 이도령의 결혼 이후의 이야기는 어떨까. 신분의 벽을 넘어 온갖 역경을 헤치며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춘향이는 모계형통에 따라 미천한 신분의 첩에 불과하다. 이도령이 당시 신분제도에 따라 집안에서 정해준 양갓집 규수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게 된다면 첩의 신분인 춘향이와의 러브 스토리는 진정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이 가슴 저리도록 애틋한 것은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극적으로 살아나 결혼하였다면 절천지원수 집안끼리의 분란과 갈등을 어찌 감당했을지 궁금하다.

진정한 사랑의 출발은 결혼 이후부터다.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신혼부부를 흔히 잉꼬부부라 말한다. 그 잉꼬부부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정한 비둘기 부부로, 외로운 기러기 부부로 변신을 거듭하다가 결국 독수리 부부가 되어 서로를 쪼아대며 상처를 준다. 마치 인생통과의례처럼 말이다.

5월호가 나올 때 쯤이면 16부작인 <눈물의 여왕>은 종반으로 치닫고 있을 것이다. 섣불리 단정하기 힘들지만 앞으로 이들은 위기를 넘기고 사랑을 되찾아가는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풍비박산 난 집안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치밀한 복수극이 재미를 더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멜로 장르에 속해 있지만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캠페인성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랑은 결혼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하는 가운데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다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이혼이 흔한 시대에 사는 권태기 부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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