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시범단 등이 펼치는 화려한 발차기 동작과 와이어 액션을 방불케 하는 격파 동작이 소개되면서 태권도는 무술 이상의 엔터테인먼트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갓 탤런트를 필두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미주, 유럽국가에서 골든 부저를 받는 등 쿵푸나 가라데와는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태권도는 쿵푸나 가라데 묻혀 코리안 가라데로 불리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1994년 9월 4일 파리에서는 열린 제103차 IOC 총회를 통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태권도는 정식종목을 채택되면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지난 8월 5일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시청 앞에서는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3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태권도연맹의 화려한 시범이 펼쳐졌다. 정식종목 채택 이후 태권도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비인기 종목으로서 설움은 물론 공정하지 못한 판정시비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부터 퇴출 위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현재 세계 213개국이 참여하는 인기 격투기 종목으로 성장했고 지난 도쿄올림픽 때는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노메달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는 태권도가 대한민국만이 아닌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는 방증이다.
펜데믹 이후 태권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품새나 대련, 격파 위주의 무술로서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지만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공연으로서의 가능성도 무한대로 열려있다. 2층 높이의 공중에 설치된 송판을 비상하듯 회전하면 격파하는 장면은 세계인의 입을 벌어지게 할 만큼 압권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시범단의 의상 또한 기존 태권도 도복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나라 전통의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배경음악도 한국적 전통악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리듬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공연기획은 단지 국기원이나 세계태권도연맹 등 공인단체에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또는 개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도 세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해 훨씬 더 과감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전주대학교 태권도시범단 ‘싸울아비’는 지난 4월 영국의 최고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골드 부저를 받아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얻었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는 수잔 보일, 폴 포츠 등 무명의 가수를 발굴해낸 유명한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K-POP과 태권도를 접목시킨 아이돌 그룹 KTGRZ ONE(케이 타이거즈 원)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태권도 안무와 K-POP이라는 두 장르를 혼합한 국내 최초의 아이돌 그룹이다. 이미 트로트 가수겸 태권도 선수인 나태주가 태권도와 트로트를 접목시킨 퍼포먼스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태권도가 여러 장르와 만나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콜라보를 통해 장르의 다양성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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