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도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콧대가 높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랭귀지 센터에서는 오는 10월부터 한국어 강좌가 시작된다. 유럽권 언어를 제외하고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에 이어 4번째로 한국어가 추가되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사전에 26개의 한국 단어가 새로 등재된 데 이어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에서는 젊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한국어를 섞어 쓰는 게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아니’, ‘아이씨’, ‘대박’ 같은 단어를이 대표적인 예다. K-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런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슬랭어처럼 사용된다. 미국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언어습관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해 바른 영어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한류로 인한 한국어의 유입을 어찌 막을 도리가 없다. 한편 국뽕에 차 있는 중국인들조차도 축구 한중전이 펼쳐지면 홈경기든 어웨이 경기든 상관없이 한국선수들에게 단체로 ‘씨X’이라고 어눌한 발음으로 야유를 퍼붙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영어와 중국어는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다. 특히 영어를 모국어 사용하는 사람들은 굳이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영어가 세계공통어라는 이점 때문에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영어에 남다른 긍지를 가진 이들 나라의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는 중국어를 앞선 것은 물론 일본어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는 필수 외국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급작스럽게 한국어 학습 열기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한류 콘텐츠를 자막없이 이해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K-POP 공연 현장에서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싶은 팬심에서 출발한 한국어 학습 열풍은 K-드라마에 와서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반갑게 맞이하며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건네는 현지인들에서 한국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K-드라마를 통해 배웠다고 대답한다.
몇달 전 바르셀로나 출장 중에 겪은 일인데, 국제행사장에서 외국인 안내를 맡은 젊은 현지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보더니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제법 발음이 정확한 그녀에게 한국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역시나 K-드라마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한국을 가봤냐고 물어봤더니 한국은 꿈의 나라(Dream Country)라며 반드시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도 했다. 행사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한국어로 인사를 건내며 남다른 친절을 베풀었다. 10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무료 외국어 학습 서비스 앱인 듀어링고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상승해 현재 세계 7위에 랭크돼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어가 중국어를 제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언어로 자리잡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어 사용자수는 7,720만 명에 불과하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와 달리 한국인만이 사용하던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국력의 차이와도 비례한다. 이젠 해외 나가서도 말조심을 해야 하는 시대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어 아예 한국어로 세계인이 소통하는 모습이 이젠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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