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보다는 강한 자를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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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언론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은 워크(깨어있음 : Woke)을 극도로 경계하는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올바른 자보다는 강한 자를 선택했다’며 PC(정치적 올바름 : 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즉 PC주의의 피로감이 표심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최근 몇 년 동안 PC주의와 워크주의가 득세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젠더, 인종,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환경, 기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PC주의가 정의로움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인류 보편적 정서까지 부정하면서 PC주의가 전 분야에 걸쳐 강요되는 현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인어공주>다. 흑인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논란이 불거졌으나 흥행 실패의 원인을 한국과 중국의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건 분명 억지다. 아직 개봉 전인 디즈니의 <백설공주> 역시 주인공으로 히스패닉계 여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인어공주> 때처럼 인종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설공주는 피부색이 눈처럼 하얗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종차별을 없애고 소수민족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디즈니의 의도는 알겠으나 지나친 PC주의는 피로감을 넘어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원작 속의 하얀 피부의 백설공주를 보고 싶어 하는 동심까지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무리다.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줄이기 위한 화석연료사용 자제와 원전폐기 이슈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AI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마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를 무한정 생산하지 못하면 빅데이터를 저장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해서 북극과 같은 추운 곳으로 국가나 기업의 슈퍼 컴퓨터 시설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원전을 다시 세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환경 이슈에 대해 국가나 기업들이 그동안 지향해왔던 정책들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그동안 탈원전을 고수해왔던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시 불법 침략을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하던 기존 입장과는 달리 미국이나 나토 주요국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군의 개입으로 전쟁은 해결의 실마리는 찾기보다는 더욱 꼬여만 가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알면서도 서방세계는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리려 한다. 이것이 PC주의에 반하는 것이기는 하나 인류는 정의의 편에 서는 올바름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가 고배를 마신 걸 두고 ‘유리천장을 뚫지 못했다’고 운운한 국내 여성앵커에 대해 비판여론이 거세다. 미국 내 경제적 상황과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으로부터 차별화에 실패한 여러 가지 정치적 원인을 무시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낙선했다는 식으로 선거결과를 호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반론이다. 트럼프의 등극과 PC주의의 쇠퇴라는 등식 관계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역시 다수의 미국 국민이 선택한 결과다.

글/ 민희식(KTGRZ CREATIV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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