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제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격언이다. 즉 정보가 힘이라는 얘기다. 정보화시대인 요즘 더 와닫는 말이다. 어떤 정보냐에 정보에 따라 그것이 자본이 되고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정보는 소문에서 기반했다. 영국의 커피 하우스나 프랑스의 카페는 모든 정보가 모이고 확산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여론이 형성되었으며 공개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의 온상이 카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신문을 필두로 한 레거시 미디어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다시피했다. 특히 20세기에 등장한 방송과 라디오는 정통 언론으로서 대중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언론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개인 미디어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 상에는 엄청난 정보들이 넘쳐난다. SNS는 여론 형성에 있어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기까지 했다. 뉴스와 정보를 수용하던 시대를 넘어 각자 원하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여기에 AI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논쟁적 상황을 만들었다.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는 개인마다 취향에 맞게 달리 서비스 된다. 이로 인해 인류는 각자 다른 세상에서 확증편향적 삶을 살아가게 됐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타자가 사는 대한민국이 다른 것이다. 하나의 국가 시스템에서 살고 있지만 동상이몽 속에 서로 다른 세상을 갈구하고 꿈꾸며 산다.
이러한 과잉정보시대에서 국가는 국민을 통합시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허구적 판타지 또는 선전 선동을 통해 공교육과 레거시 미디어를 동원해 거대한 상호주관적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 결과 서구사회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강력한 국가주의를 성립하였고 중동지역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공통 조상을 중심으로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을 비롯한 일부 전체주의 국가들은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주의에 뿌리를 두고 선전 선동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해외 석학들이 분석하길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유교주의다‘라고 주장한다.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존댓말을 사용하며 횡적 사회조직보다는 수직적 사회구조에 적응해 왔다. 실리보다는 체면을 중시하고 1등이 아니면 철저히 낙오되는 실력 지상주의에 매몰된 채 살아간다. 그렇다고 공자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대표할 순 없다.
다문화 국가인 미국의 경우 국가 구심점은 헌법에 있다. 미국 헌법은 절대성을 띠지만 언제든 개정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자유, 평등, 행복을 근간으로 한 헌법적 가치가 바로 미국의 정체성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헌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헌법의 절대성은 모호해지고 진영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자의 해석대로 헌법을 도구화한다. 유투버나 표플리스트들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농락하는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음모론이 난무하는 정보 네트워크 사회에서 우리가 기준을 잡고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헌법의 절대성이다. 갈라진 민심을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
민희식 / 크리에이티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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