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권력을 잘 버무려 낸, 드라마 ‘폭군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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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군의 셰프’(Bon Appétit, Your Majesty)는 2025년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등지에서도 한국 사극 퓨전 드라마에 대한 열광적인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 반응은 결이 다르다. 한국적 정치 상황과 한미 갈등 등 냉혹한 현실과 타임슬립의 판타지를 잘 버무려냈다는 평가다. 마치 요즘 정세를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20025년의 한국, 한미 갈등과 저성장 뉴노멀 압력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안보 부담, 통상 압박, 기술 주도권을 동시에 요구하며 한국경제와 외교의 자율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상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폭군의 셰프’와 놀라운 평행선을 이룬다.

‘폭군의 셰프’는 프랑스 미슐랭 3스타 셰프 연지영이 타임슬립을 통해 조선의 폭군 왕을 요리로 변화시키는 서사를 그린다. 극 중에 선보이는 요리는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권력의 상징이 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동한다. 연지영의 프랑스 요리는 위태로운 권력의 구조 속에서 신뢰와 의심, 생존과 배신의 줄타기를 보여준다. 마치 2025년 한국이 대미 관세 압박, 군사 및 첨단산업 부담의 힘겨운 협상을 벌이듯, 연지영은 매 식탁마다 수난과 기회의 양면을 오간다. 한미 갈등의 현장처럼, 절대왕권과 관료 사이 긴장 구조는 드라마적 판타지를 넘어, 한국 경제·정치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드라마 속 왕권에는 실존했던 연산군의 채홍사 제도와 공포정치, 그리고 이를 둘러싼 궁중 음모와 부패가 사실적으로 녹아 있다. 채홍사는 권력자가 기호와 욕망을 위해 민중과 여성을 착취한 현대판 ‘브로커’ 역할이다. 특히 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조선과 명나라 간의 요리 경합은 요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한미 간의 힘의 논리를 복사판처럼 각인시킨다. 요리 경합의 승패에 따라 조공과 하사품의 조건이 달라지는 국운을 건 치열한 외교전쟁이 펼쳐진다. 오늘의 한국경제도 글로벌 패권 틀 내에서 ‘구조적 약자’로서 불공정 규제와 권력의 일방적 요구에 노출되어 있다.

‘폭군의 셰프’는 요리를 통해 권력을 움직이고, 결국 폭군이 변화하는 결말로 나아간다. 이는 오늘의 냉혹한 경제 현실, 곧 한미 갈등과 저성장 국면에서도 ‘질적 전환’이 유일한 해법임을 암시한다. 현실의 식탁과 드라마적 식탁도 다르지 않다. 한미 갈등과 뉴노멀, 그리고 ‘폭군의 셰프’가 보여주는 권력과 변혁의 서사는 오늘 한국사회가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운명적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구조적 모순의 타파, ‘창조적 파괴’, 사회의 다양성과 혁신성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경제주권’과 ‘정치주권’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해법까지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시공간이 다르지만, 권력과 경제의 ‘식탁’에서 저항과 순응, 변화의 요구가 교차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폭군의 셰프’는 전통 사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독특한 소재와 뛰어난 연기, 그리고 음식이라는 글로벌 소통 코드를 결합해 K-콘텐츠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태국, 일본 등 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음식으로 세계를 설득한다’는 드라마의 메시지처럼 고립주의보다는 다양한 식재료가 서로 어우러져 톡특한 맛을 내듯, 세계가 상생할 수 있는 국제질서가 안정적으로 재편되길 희망한다.

글 /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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