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신드롬을 넘어 이제 하나의 현상이다. 그 낯설고도 힙한 한국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넷플릭스 40여 개국에서 영화 1위를 휩쓸고, OST마저 빌보드 ‘핫100’을 진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All K’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케데헌>은 단순한 K팝 혹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이 작품을 두고 많은 이들이 ‘한국 콘텐츠’의 쾌거라고 하나, 정작 제작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일본)과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미국), 즉 해외 자본에 의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의 중심에는 K-컬처가 존재하며 글로벌 팬덤을 공략한다. 공략이 성공한 것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한 한국의 디테일 때문이다.
<케데헌>의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는 김밥, 라면, 국밥을 먹고, 무심코 휴지를 깔고 수저를 놓는다. 후배 아이돌 그룹을 ‘후배’라 부르는 지극히 한국적인 호칭조차, 어느새 세계인의 정서 속에 스며든다. 나아가, 칼과 부채를 든 무당 캐릭터, 갓을 쓴 사자 보이즈의 저승사자 케릭터, 작호도(鵲虎圖)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가 수호와 행운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팬 사인회, 야광봉, ‘칼군무’까지 K팝의 상징이 사소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구현된다. 한국에서 제작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세계화랍시고 이질적 로컬리티는 생략되거나 축약되었을 것이다.
글로벌 대흥행의 바깥에는 사실 더 큰 움직임이 있다. “K라는 통합 브랜드.” 드라마, 음악, 음식, 패션, 전통, 영웅적 서사까지 ‘K’의 모든 서브컬처가 하나로 결합된 ‘All K’라는 확장된 개념의 새로운 트렌드의 흐름이다. 과거에는 ‘왜 한국적 소재를?’였다면, 이제는 ‘한국 아닌 세계인의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이 전환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음악 역시 결정적이다. 블랙핑크 · BTS와 함께한 테디 박, 린드그렌 등 최상급 프로듀서들이 설계한 음악이, 단순히 주제가를 넘어 서사와 감정을 노련하게 견인한다. BBC는 <케데헌>의 음악이 “산만하지 않고, 극의 성숙함을 극대화한다”고 평한다. 글로벌 대중은 한국 문화에 더 익숙해졌고, 작품의 낯선 디테일한 일상과 상징을 익숙하게 소비한다.
아마 <케데헌>의 가장 크고 결정적인 힘은 바로 ‘익숙한 낯섦’이다. K컬처의 최첨단 트렌드와 지역성, 기술과 감성, 팬덤문화까지. 그것이 글로벌 대중의 감각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결국 <케데헌>은 대형 제작사와 케이팝, 그리고 ‘생활의 디테일’을 절묘하게 용해시켜, 한국을 넘어 ‘세계 보편적 문화’로 탈바꿈시켰다.
<케데헌> 열풍의 핵심 문화적 의미는 디테일한 ‘K컬처’가 전 지구적 감각으로 녹아들면서 ‘익숙한 낯섦’이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 김밥과 남산타워, 무당과 댄스, 갓을 쓴 저승사자 컨셉트의 아이돌 군무까지, 한국의 디테일이 세계화의 징후가 될 때 비로소 ‘K’는 보편적 정서로 받아들여진다. <케데헌>은 그 보편성의 심연, 지역성의 변증법 안에서 한류의 다음 챕터를 연다. 보편과 로컬리티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 그곳에서 다시 ‘K’가 자리를 잡았다. 이 생경한 새 풍경의 중심에는, 역시 <케데헌>이 있다.
글 / 민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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