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으로 촉발된 K-컬처의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우연히 걸려든 행운이 아니다. 글로벌 대흥행의 바깥에는 사실, 더 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흐름에 대해 국뽕에 취해 있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류가 전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데는 1차적으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이 바탕에 깔려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거대한 외국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1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 <오징어게임>이 그 시발점이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한국 오리지널 작품인 <오징어 게임>은 철저히 미국자본에 의해 만들어졌고, 최근 전 세계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인기를 끌고있는 <케데헌>의 경우, 제작은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미국), 즉 해외자본에 의해 시작되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한국 오리지널 작품 수는 2025년 현재 151편이 넘을 정도로 글로벌 흥행작들이 대부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케데헌>은 일본기업까지 참여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내용은 K-POP과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작 시스템은 철저히 외국자본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우리는 글로벌 흥행작에 대한 IP(지적 재산권)을 소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2차 저작물이나 한류 밸류 체인화 작업에 따른 엄청난 로얄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IP를 소유하지 못했을 때 수익 셰어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2차 저작권 행사의 콘텐츠 확장에 대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문화 성장 사업의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일찍이 할리우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60~197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기 장르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 개척시대의 영웅적 서사를 그린 서부극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서부극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일명 마카로니 또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상징적 대표 배우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 무법자> 등 세르지오 네오네 감독의 ‘무법자’ 시리즈가 대표적인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다. 여기에 우리에게 귀에 익은 서부극 주제음악은 이탈리아 작곡가 앤니오 모리코네가 맡아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결국 할리우드산 서부극보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공동 제작한 서부극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촬영장소도 미국 서부(텍사스)가 아닌 이탈리아 남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마카로니 웨스턴은 권선징악의 영웅적 서사보다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차별적 살생과 폭력을 자행하는 오락적 요소가 강한 장르로 변질되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서부극은 거의 사라지고 마카로니 서부극이 세계시장을 장악하더니 결국에는 할리우드에서 서부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상황으로까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과 같은 미국의 OTT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OTT 기업을 글로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티빙이나 쿠팡플레이 등이 있으나 글로벌 영향력에 있어서 미국 OTT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류 밸류 체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연대도 필요하지만 국내 엔터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중심의 공고한 한류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글 / 민희식(크리에이티브 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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